위스키 테이스팅, 위스키의 맛과 향, 3가지로 표현하면 됩니다

1. 위스키 테이스팅, 어떻게 해야 할까?

많은 분들이 위스키를 마시고 나서 무슨 맛이 나느냐고 물으면 이렇게 답합니다.

“그냥 술 맛인데요?”
라고 말이죠.

솔직해서 좋지만, 조금만 더 관찰하면 훨씬 다양한 향과 맛을 느낄 수 있습니다.
그리고 이걸 ‘표현’하는 방법을 익히면 위스키가 훨씬 재밌어집니다.
위스키라는 술은 와인처럼 향으로, 맛으로 그리고 끝에 남는 미묘한 뒷맛까지 즐길 수 있습니다.
그래서 취미로까지 발전하게 되었죠.
위스키를 자세히 음미하며 즐기게되면,

  • 다른 사람과 취향 공유할 수 있고
  • 나만의 노트를 기록할 수 있고
  • 술이 훨씬 더 ‘이야기거리’가 됩니다.

한 마디로, 위스키를 더 즐겁게 마시기 위한 언어를 배우는 것입니다.


2. 기본 원칙 – “정답은 없다”

먼저 중요한 사실을 명확히 해야 합니다.
위스키 테이스팅 노트에 정답은 없습니다.

어떤 사람은 “바닐라”라고 하고, 어떤 사람은 “꿀”이라고 합니다.
어떤 사람은 “연기”라고 하고, 어떤 사람은 “석탄”이라고 해요.

왜?

  • 향미 기억은 개인 경험에 크게 의존합니다.
  • 코와 혀의 민감도도 사람마다 다릅니다.

그래서 “내가 이렇게 느꼈다”를 솔직히 적으면 됩니다.
괜히 멋있는 표현 억지로 따라 할 필요는 없습니다.


3. 위스키 테이스팅을 쉽게 표현하는 방법

위스키 테이스팅을할 때는 코, 혀, 목구멍을 통해 느끼는 향과 맛을 단계적으로 표현합니다.
보통 코로 향을 즐기고, 혀로 맛을, 목구멍으로 끝맛을 즐기게 되는데, 처음 위스키를 만났을때는 향을 맡게 되므로 이 단계를 노즈(Nose)라고 부르며, 다양한 방법으로 표현합니다.
향수처럼 세 단계로 나누어 표현하게 되면 시간이 지나며 변하는 위스키의 향과, 코가 어느정도 향에 적응하며 감지해낼 수 있는 다양한 향들을 느껴볼 수 있습니다.

① 첫 향

  • 잔에 따르자마자 코에 닿는 첫인상
  • 보통 가장 가벼운 향
  • 예: 시트러스, 허브, 청사과

“이때 숨을 너무 깊이 들이마시면 알코올 펀치 맞습니다. 조심하세요.”

② 중심 향

  • 위스키가 공기와 만나면서 열리는 향
  • 중간층의 복합적 향
  • 예: 바닐라, 꿀, 스파이스, 말린 과일

잔을 살짝 돌려서 산소와 섞어주면(스월링) 향이 더 잘 느껴집니다.
“코에서 맛이 난다”는 이상한 말이 여기서 나옵니다.

③ 베이스 향

  • 무겁고 깊은 향
  • 오크 숙성, 탄내, 스모크, 가죽, 견과류 등
  • 시간이 지나야 나오는 경우가 많음

이 단계까지 느끼면 “나 좀 마셔본 사람” 소리 듣습니다.
사실 별 거 아니고, 그냥 오래 맡아보면 나옵니다.


4. 위스키 맛을 표현하는 방법

이제 코에서 혀로 갑니다.
맛을 느끼는 단계를 팔레트(Palate)라고 부릅니다.

① 첫 맛

  • 첫맛, 입안 전체에 퍼지는 초기 인상
  • 달콤함, 산미, 알코올 강도
  • 예: 벌꿀, 바닐라, 시트러스, 강렬한 알코올

여기서 너무 많이 들이키면 그냥 “쓰다”만 남습니다.
작게 한 모금이 핵심.

② 중간

  • 혀 중앙과 옆, 입안에서 굴리면서 느끼는 복합미
  • 스파이스, 견과류, 초콜릿, 과일, 곡물
  • 캐스크 영향이 진하게 드러남

물이 살짝 들어간 위스키는 알콜분자가 잡고있던 향미 관련 분자들을 풀어내기 때문에 향이 열린다고 합니다.
그래서 고도수 위스키는 물 몇 방울로 향을 풀어서 마셨을 때 훨씬 더 맛있다 라고들 하죠.


5. 위스키의 끝맛을 표현하는 방법

피니시(Finish)

피니시는 술을 삼킨 후 입에 남는 맛과 목구멍에서 올라오는 향들을 두루 느껴보는 단계 입니다.
끝맛이라고도 하는데, 위스키 맛을 표현할 때는 보통 노즈-팔레트-피니쉬 이렇게 3단계로 나누어 표현합니다.

  • 삼킨 후 남는 여운
  • 달콤함, 쓴맛, 스파이스, 스모크
  • 길이: 짧음/중간/김

좋은 위스키는 피니시가 길고 복합적입니다.
싸고 품질이 상대적으로 떨어지는 위스키는 피니시가 굉장히 짧고 단순한 경우가 많습니다.
그래서 알콜도수가 높아도 피니시가 짧고 단순한 위스키가 있고, 알콜도수가 낮아도 피니시가 굉장히 길고 복합적인 위스키도 있습니다.


6. 위스키 테이스팅 시 자주 쓰는 향미 표현

아래는 블로그에서 자주 보는 키워드들입니다.
자연스럽게 써보면 좋아요.

  • 과일류: 사과, 배, 시트러스, 오렌지 마멀레이드, 건포도, 무화과
  • 달콤함: 바닐라, 카라멜, 토피, 꿀
  • 스파이스: 시나몬, 클로브, 후추
  • 견과류: 아몬드, 헤이즐넛
  • 나무/오크: 스모크, 탄내, 젖은 나무
  • 기타: 초콜릿, 커피, 담배, 가죽, 허브

물론 이걸 꼭 외울 필요는 없습니다.
그냥 “아 이 정도 뉘앙스구나” 정도만 알면 됩니다.


7. 물을 타서 느끼는 변화

이건 너무 중요한 팁 입니다.
앞서 언급했듯이 향과 관련된 분자들은 알콜에 의해 잡혀있기 때문에 고도수 위스키일수록 본연의 향이 갇혀있을 확률이 높습니다. 이 부분을 물로 살짝 풀어주게 되면 향이 열리며 그냥 향을 맡았을때 느끼지 못했던 향들이 느껴지게 됩니다.
특히 고도수 위스키(캐스크 스트렝스)를 마실 때.

  • 물을 몇 방울 넣으면 향이 훨씬 잘 열립니다.
  • 알코올 자극이 줄어 더 섬세한 향미가 나옵니다.
  • 스파이스가 강조되거나, 숨겨진 과일향이 드러납니다.

위스키 마스터들도 위스키 테이스팅 시 고도수일수록 물을 조금씩 타서 맛을 봅니다.
단지 물 몇 방울이면 위스키가 달라질 수 있습니다.
특별히 비싼(?) 물이 아니어도 돼요.


8. 개인적인 노트 작성하기

마지막으로, 진짜 위스키를 즐기고 싶다면 위스키 테이스팅 노트를 직접 적어보세요.

  • 언제 마셨는지
  • 위스키 이름, 알콜도수
  • 향(Nose)
  • 맛(Palage)
  • 피니시(Finish)
  • 그 날의 컨디션과 전체적인 느낌

이렇게 간단하게라도 적어두면,
나중에 내 취향을 명확하게 파악할 수 있습니다.
위스키는 컨디션에 따라 맛이 다르게 느껴질 수도 있으므로
그 날의 컨디션도 함께 기록해두면 좋습니다.
그리고 다른 사람과 비교해보면 재밌습니다.
“어? 나는 바닐라 느꼈는데 넌 코코아라고?”
이런 토론이 위스키의 재미 중 하나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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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 위스키 테이스팅, 어렵지 않습니다

위스키의 향과 맛을 표현하는 건 복잡한 과학이 아닙니다.
그냥 솔직하게, 단계별로 천천히 느끼면 됩니다.

표현은 내 마음대로.
바닐라, 꿀, 연기, 탄내, 사과, 심지어 “엄마가 쓰던 화장품 냄새”도 좋습니다.
정답이 없는 게 위스키의 매력입니다.

✍ 글쓴이 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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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피와 위스키, 여행을 사랑하는 블로거. 새로운 경험들을 기록하고 나누는 것을 좋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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